유구한 일 ― 갤럭시
신혜정
마당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마당을
창문을 초록 이파리가 보이는 창문을
초록 이파리를 따라갈 자동차 키를 욕망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욕망을
희망을 마지막 이파리가 떨어질 희망을
우리는 이야기했지
앞서서 웃고 뒤따라가며 멈칫 절망했지 정말
성급하게 손을 뻗었어
우리우리 다 버리고 떠나자 은하로 가자
달과 목성 그를 따르는 위성들 네 개의 나란한 갈릴레오 위성들로
토성이 삼각형을 이루는 시월
마당에서 불을 피우고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우리는 곧잘 다시 떠났지 먼 우주를 향해
줌을 당길수록 별들은 점점 바삐 움직이고
▶우리은하의 나선형 끝에 ‘우리’ 지구가 있다고 믿는 우리는,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이 되어 은하로의 탈출을 갈망한다. 가방 속에 하나씩 은하수를 담고. 저마다의 갤럭시가 마당에서 줌을 당겨 미지를 끌어온다. 그 미지를 재현하듯 불 지핀 화덕, 음악과 당신으로 충만해지는 공간. 가을의 서늘한 공기와 우리의 온기가 만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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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라면의 정치학』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산문집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흐드러지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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