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혀
표규현
혀 밑에 혀가 있네 숨죽이고 있다가 못마땅한 것이 있으면 치받아 올리네 소문을 내고 뒤에서 웃고 물고 뜯으며 서로 침을 뱉고 물가는 오르는데 할 일은 없고 주머니에는 천 원 한 장뿐이지 함께 갈 사람이 보폭을 맞추지 않고 앞서가네 저만큼 뒤뚱거리며 아버지의 지팡이는 따라오시고 날은 화창한데 만날 사람은 없지 사랑도 없이 살아가니 피는 식어가지 고향은 멀어지고 취객의 아내는 문을 닫아걸었네 그녀의 손길은 더 이상 뺨을 쓰다듬지 않고 반딧불 같던 웃음도 멀어지네 길게 뻗은 철길은 한 점으로 사라지고 한숨은 다리 아래로 떨어지네 아무도 염려하지 않는 세상을 사람들은 넓다고들 하지 떨어진 동백은 아직도 시들지 못하는데 원치 않아도 아침은 오고 지금 있는 곳을 모르겠고 있어야 할 곳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네 방바닥에 햇살은 무늬를 새기고 거울이 깨지니 얼굴이 아프고 술병을 따면서 서로의 안부는 묻지 않네 역에서 역으로 돌아다니고 낮에 만난 노인이 밤에 얼굴을 들어 나를 보고 있네
▶잠재된 욕구가 혀 밑에 대기 중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세상은 불편했다 누구를 탓 할 수는 없지만 마음 먹은대로 살아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불만족이 에너지로 튀어나와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으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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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7 <창작21 등단> 시집 『먼지 속으로 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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