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기다리며
권순해
빗방울이 유리창을 놓지 않고 있는 국숫집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와 앞이 보이는 여자가 창가에 앉아
사람들의 힐끔거리는 호기심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탁을 더듬거리는 젊은 여자 손에 젓가락을 쥐어주네
국수 위에 올라있는 고명들 하나하나 불러주네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끝으로 국수 그릇을 읽네
‘색이 고와서 먹기 아까워 엄마’
모녀가 주고받은 말들이 만개한 봄꽃처럼 식탁에서 피어나고
가끔 헛짚은 젓가락질로 말간 웃음을 건져올리네
어느새 비 그치고 멀리 봄빛 입은 산 하나가 창을 열고 들어오네
국수 나왔습니다
▶ 주문한 국수를 기다리는데 뜬금없이 어떤 풍경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될 수 있는 한 국수가 늦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스케치를 시작한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왜 울컥, 하는지. 퉁퉁 불은 국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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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7년 포엠포엠 신인상 시집 『가만히 먼저 젖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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