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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잠속으로 들어간 향기 2` / 지하선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9월 05일
잠속으로 들어간 향기 2


지하선




난蘭 화분을 옮기려다 뚝, 부러진 꽃대
바닥으로 떨어지는 새파란 비명을
얼결에 주워 물 컵에 담가 놓았다

이틀쯤 지났을까
무덤 속 어둠을 바늘 삼키듯 들이키면서도
희미해지는 기억 더듬으며
몰래 봉인 되었던 비밀 안간힘으로 열고 있었나보다
죽었으면서도 죽을 수 없는 죽음이 신비스럽게도 노란향기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 그 끝에서 먼 먼 추억 속 그리운 묵향이 흘러내린다

절제의 미美사이사이 여백에서 난의 향기 보여야 한다 던
아버지의 음성 진하게 배인 묵향, 문갑서랍을 비집고 새어
나온다

몇 십 년 착착 접혔던 난 몇 그루
아버지의 손끝에서 다시 검푸르게 피어난다
싱싱하게 치솟는 우발란, 부드럽게 꺾이는 좌발란
세월이 드문드문 벌려놓은 노르께한 여백도
아버지의 환생한 체취로 은근하고 따스하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서 찾아낸 듯, 천천히 읽어 보는 향기
울 먹, 울컥 온몸 가득 흥건하다




어느 날 난 화분을 옮기려다가 실수하여 난 꽃대를 부러뜨렸다.
너무 아깝고 난에게도 미안하여 물 컵에 그 꽃대를 꽂아놓았다.
식탁위에 있던 난 꽃대에서 꽃봉오리가 터지고 난 꽃이 활짝 피었다.
아버지께서 수묵화의 기초는 난을 잘 치는 것이라며 난 몇 장을 그려 주셨었다.
물 컵에서 피어난 난 꽃을 본 순간 문갑서랍에 소중히 간직했던 아버지께서 주신
난 그림을 가만히 펼쳐 보았다.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서 되살아났고 아버지의 임종 순간이 떠올랐다.
난 꽃향기가 아버지의 체취인양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가 너무도 사무치게 그리워 울먹이는 시간이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4년 수필춘추 수필 등단
   2008년 미네르바 시 등단
   시예술아카데미상, 서울시문학상, 미네르바문학상 
   시집 『소리를 키우는 침묵』 『미지의 하루에 불시착하다』 
          『잠을굽다』 『그잠의 스위치』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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