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이상해
안성우
소용 없어요 눈부심으로 흔적을 지우려 하지 말아요 황홀함으로 상처를 감추려 들지 말아요 속인다고 속여 진다면 가을은 가을이 아닌 거죠
애쓰지 말아요 민낯이라서 아름다운 가을은 땀이라서 찬란한 거죠 우릴 속인 적 없는 광장의 가을이 이상하다면 우리의 선택이 틀린 거죠
광장을 봐요 가로수 양버즘나무 갈잎이 떨어지고 있어요 여름을 흠모한 죄로 나뒹굴고 있어요
쓸쓸해하지 말아요 이상한 가을은 늘 거기 있었죠 실망의 크기가 다를 뿐
▶가을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고운 단풍 뒤에 숨겨진 것들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벌레들의 공격으로 상처만 남은 잎사귀를 보며 누군가를 대신한 희생이었음을 알게 되듯이 화려하게 주목받는 대상을 보고 있노라면 추함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어긋나고 있음을 느끼게 될 때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음은 화려함에 속았다는 원망보다는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욕심이 오히려 자신을 망치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한 획을 긋고 싶다면 상처와 허점투성이마저 진솔한 자세로 당당해질 때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그대의 가을이 다가올 거라 믿는다
|
 |
|
ⓒ GBN 경북방송 |
|
▶약력
2018년 계간 인간과 문학으로 등단 시집 『가면의 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