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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흰 책이 있는 도서관` / 김지헌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11월 14일
흰 책이 있는 도서관


김지헌




한 때 나는
불온서적에 빠진 운동권처럼
세상을 등진 채
산맥의 등허리 오르내리며
겨울산을 통독했다

완등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한 번도 완주한 적 없는 흰 책 한권
태백이라는 거대한 책을 통독했다

어린 숲의 기억을 가진 흰 뼈의 고사목들이
한 페이지 위로의 문장인 듯
살아있으므로
순백의 산정山頂을 향해
한발 한발 탐독 한다

태백이 부르르 제 몸의 눈가루 털어내며
한 마디 내 뱉는다
생은 같은 페이지를 반복하지 않는다며




▶한 때 나는 겨울 태백산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 흰색의 등뼈를 가진 겨울산은 온갖 생명을 품은 채 늠름했다. 한 때의 고난을 극복한 젊은이들이 삶이란 거대한 산을 통독하고 마침내 생의 환희를 노래하듯 백색의 겨울산은 우리가 걷는 노정의 어떤 실수도 덮어주며 너그럽게 품어 준다. 하얀 수피를 가진 사스레 나무는 모진 바람에 쓰러질 듯 비스듬히 서서 겨울 태백산을 지킨다. 주목朱木은 또 어떤가. 생명이 다해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저 의지를……, 겨울이면 책 읽느라 밤을 꼴딱 새곤 했던 것처럼 겨울산은 방대한 서사를 품고 있는 장편 한 권.




ⓒ GBN 경북방송




▶약력
   1997년 《현대시학》 등단 
   〈미네르바문학상〉 〈풀꽃문학상〉 수상
   시집 『심장을 가졌다』 등이 있음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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