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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버려짐에 대하여` / 박인애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11월 28일
버려짐에 대하여


박인애




노인의 집 앞에
웃돈을 얹어주어야 치워 갈 듯한
대용량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구형 모니터와 무거워 보이는 데스크톱
전선으로 목이 칭칭 감긴 키보드
유선 마우스와 스피커까지
일가족이 거리로 나앉았다

그 집에서 버려지는 물건은
낡았거나 어둡거나 슬프다
오물로 얼룩진 매트리스
니스가 벗겨진 나무 의자
누렇게 색이 변한 책과 이 빠진 접시
한때 노인이 아꼈을 애장품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버려지고 또 버려진다

그의 창은 닫혀있다
소리도 냄새도 담을 넘지 않는다
간병인과 배달 차량 정원사
이따금 자손들이 드나들며
제 몫을 하고 갈 뿐이다
바깥세상을 연결해주던 통로는
뽑힌 플러그처럼 차단되었다

내 의지가 있을 때까지만 살다가
너라는 폴더 하나 가슴에 저장하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버려지는 게 아닌
또 다른 이름으로 저장되는 거니까

버려진다는 것은 지독히 슬픈 일이다




▶옆집 잔디밭에 구형 컴퓨터 세트가 버려졌다. 집주인인 노인 것이다. 주말이면 오는 자손들은 아직 살아 있는 노인의 애장품을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버린다. 버려진다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너(사람, 사물…)를 가슴 속에 저장하면 버려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이름으로 저장되는 것이니 조금은 덜 슬프지 않을까. 내 의지가 남아있을 때 그러고 싶다.




ⓒ GBN 경북방송





▶약력
《문예사조》 시 부문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달라스한인문학회 회장 
정지용해외문학상 수상. 
시집 『바람을 물들이다』 『말은 말을 삼키고 말은 말을 그리고』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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