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파문
김왕노
나무가 파닥이는 것은 바람의 힘을 빌려 나무의 말문을 연 것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과 어울려 아우성치는 나무 그 파닥이는 푸른 소리가 겨우내 침묵으로 익혀온 말이라는 것을 안다. 숲에서 폭포같이 쏟아지는 나무의 말이 소리의 강물을 이루어 끝없이 출렁대어 먼 곳으로 흘러가며 세상을 푸르게 물들이는 것을 예민하지 않는 사람도 다 아는 것이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세차게 파닥이는 나뭇잎 혁명의 선언서를 읽는지 파닥이는 소리 한번 크다. 나무는 바람의 힘을 빌려 끝없이 외치면서 자란다. 외치는 만큼 자라 이마의 땀을 식히라고 지친 몸 와서 쉬다 가라고 촘촘한 그늘을 짠다. 수백 년 나무의 나이테가 둥근 것은 나무의 외침이 제 몸에 만든 단단한 파문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늘 철전팔기를 가르치고 직립을 가르친다. 나의 기억이 푸른 것은 내가 오가다가 만난 나무 때문이다. 어릴 때 내가 잘못했을 때 어머니가 종아리를 찰 지게 때린 회초리도 나뭇가지로 부터 왔다. 어머니가 빙의되어 늘 나를 나무라는 나무로 인해 나도 나무처럼 꿋꿋하다. 하여 오늘도 그리운 나무 그리운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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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경북 포항에서 출생. 《매일신문》 〈꿈의 체인점〉으로 신춘문예 등단.
디카시 〈포착과 직관, 이미지 확산의 빅뱅으로 시와 편견〉 평론 등단.
시집으로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문광부 지정도서)』 등 다수
한국해양문학대상, 수원시문학대상, 박인환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등 다수
현재 한국 디카시인협회 상임이사,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한국시인협회 이사,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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