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상담소 ―낮과 밤
서정화
바다의 축음기를 하늘 허공에 걸어둔다 층층 쌓인 슬픈 서사 후경에 뒤엉켜 있어 문장이 숨 쉬지 않는 비의 소리를 듣는다 희고 검은 빛의 지휘자는 물무늬로 울리며 구름 위 지나가는 소리마저 온 몸 쪼개 흔들고 숨가쁜 스타카토로 구름벽을 세운다 저음의 낮은 음계에 굴껍데기 쌓인 무덤들 수 만 겹 파도에 옮겨가는 불협화음이 차오른다
그 해 도주하다 죽은 봄의 의문 몇 줄 행간에 숨겨진 수(壽)자 돌들에 새겨진 함구의 검은 필름이 채워진 기억 너머 복종에 무릎 꿇던 작은 체구의 그림자들 선감도*에 재를 묻었던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다가오고 은잎사귀가 얼비친다 겨울비 횡단하는 뇌전증 갈피 마다 물고기처럼 파닥이는 오금 저리고…. 명치 끝 회답이 없는 도돌이표로 출렁인다
*선감학원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도 섬에 있었던 수용소로, 일제강점기 말기부터 1982년까지 약 40년 동안 존재했다. 사건 이후 본부가 있던 터에 경기창작센터가 들어섰다.
▶낮과 밤은 유한성 시간 사이 공감각 속에서 빛과 죽음의 공간을 마주하게 한다. 세상의 사라져간 목숨들을 헤아리는 관계 속에서 상상력의 공동체를 구성하였다. 세계와 세계 속에서 시의 목표는 사물을 암시하는 것. 탈은폐적 존재론을 실천하고 지향하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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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7년 백수 정완영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2018년 《서정시학》신인상.
시집 『바다 거미 출력소』 『서이치에 기대다』 『나무 무덤』 『유령 그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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