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6 오전 01:45:4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신정민 시인"귀"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29일
 
↑↑ 신정민 시인
ⓒ GBN 경북방송 





신정민

뜨거운 내 얼굴의 손잡이
귀는 쉽게 더러워지는 종이의 약점을 지녔다

사실일까
그의 말이 사실일까
귓바퀴에 걸린 메아리들
흘려보내란 말이 빼곡히 적혀있다

꼬깃꼬깃해진 소리들
물에 번진 글씨들
읽히지 않는다

기억들을 면봉만큼 작게 만들어야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머리카락 쓸어 넘기고
귀걸이를 걸어보았으나
듣고 싶은 것만 가려듣는 약점 어쩔수 없다

쉽게 구겨지는
잘 찢어지는 얼굴그릇,

머리가 기울면 또르르 또르르 굴러다니는 순간들
열병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태아 적 모습,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잠든 나는
탕자가 들어올 수 있게 항상 열려있다

작가약력
전북 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등단,
시집『꽃들이 딸꾹』,『뱀이 된 피아노』,『티벳만행』

시감상

‘뜨거운 내 얼굴의 손잡이’를 읽으면서 뜨거운 냄비 손잡이가 생각나 내 귀를 만져본다. 뜨거운 냄비 손잡이를 쥐었다가 화들짝 놀랐을 때 얼른 두 손을 귀로 가져가는 것처럼.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정말이지 얼굴의 손잡이 같다.

귀가 쉽게 더러워지는 종이의 약점을 가졌다고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소음이든 음악이든 소리는 다 받아듣는 귀처럼 어떤 그림이든 글이든 다 받아들이는 종이에다 비유를 했다.

믿기지 않는 말을 들었을 때는 스스로 귀를 의심할 때가 있고 그 말이 잊히지 않고 이명처럼 귓바퀴를 돌때 흘려보내야하는 줄 알면서 종이에 빼곡히 적힌 활자들처럼 빼곡히 머리에 차 메아리친다.

아무리 큰 소리도 면봉이 겨우 들어가는 크기의 구멍으로 몸피를 줄여서 들어가는 것처럼 듣는 것도 가려들어지게 마련, 쉽게 구겨지는 종이처럼 들리는 소리에 따라 쉽게 얼굴이 구겨진다.

태아 적 모습으로 몸을 웅크린 나는 언제든 나를 쉽게 더럽힐 탕자가 거침없이 들어오도록 열려져 있다.고 보는 것처럼 항상 열려져 있는 우리의 삶도 더럽혀진 세상이 들어와 언제나 더럽힐 수 있도록 열려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광희 시인)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29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