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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만 시인"저, 어린 것"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10월 25일
↑↑ -노인-퍼옴
ⓒ GBN 경북방송













저, 어린 것

심창만
 
 
 
무럭무럭 노시는 우리 어머니
여든을 넘기며 혼자서 논다
여덟 셈도 못하고 종이랑 논다
색종이를 사와도 하얗게 논다
젖니보다 하얀 잇몸으로 논다
 
내일은 찰흙을 사오고
모레는 딸랑이와 공갈젖꼭지도 사오련만
치매 앓는 어머니께 물릴 큰 젖이 나는 없다
한잠 자고 가시라 돌려드릴
누추한 자궁도 나는 없다
 
태교도 입덧도,
더 이상 지을 죄도 없이
잘 아는 저 아이를 어찌 보내나
잉태와 모성과 헌신을
풍선처럼 놓쳐버리고
자꾸 종이와 딸랑이와 찰흙만 만지작거리는
저 어린 것을
선산 솔밭 언 땅에 어찌 보내나

 

작가 약력
심창만 시인전북 임실 출생. 1988년 《시문학》우수작품상 수상
시집 『무인등대에서 휘파람』등.



시 감상


그 무거운 나를 다 내어 놓아버리고 아이가 되어버리신 어머니를 위해 오늘은 무슨 놀이 거리를 드릴지......
“아이쿠, 어머니 이제 다 키웠네, 아이쿠 큰일하셨어요.” 아이 어르듯 어르면 신이 나서 몇 발짝 걸음마도 하시며 기분이 좋으신 어머님이시다. 평소에 엉덩이로만 자꾸 이동을 하시려 해서 자꾸 추구리면 마지못해 일어서신다. 일어서신다기 보다 무릎을 꼬부리고 엉덩이를 땅에서 떼어 조금 들어 올렸을 뿐이다. 그러면 어머님이 보실 수 있는 시야는 발 앞의 바닥뿐이다. 갈 곳이 그 바닥이라는 듯 바닥만 보고 걸으신다.
경로당에 가셔도 같이 어울려 노실 수 없어 집에서 혼자 놀아야 한다. 잇몸뿐인 빠꿈한 입이 합죽해서 오물모물 논다. 그래도 불평도 않으시고 무럭무럭 혼자 노신다. 당신이 키우신 자식과 손주에게서 아이를 되돌려 받아 셈도 못하고 종이랑 논다. 아들을 보고 ”아저씨 우리 집에 데려다 주세요” 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을 하신다. 딸랑이도 공갈 젖도 사오지만 어머니에게 물릴 큰 젖도 온 곳으로 돌려드릴 자궁도 없다. 당신의 잉태와 태교, 입덧과 모성을 풍선처럼 놓쳐버리고 종이 오리고 찰흙만 만지작거리며 자꾸만 작아지는, 저 어린 것을 어찌 선산 솔밭 언 땅에 보낼 것인지
나중의 내 모습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는 저 모습! 쓸쓸해지는 아침이다. <김광희 시인>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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