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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황지우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06일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을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런데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까지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다




이령 시인의 시 읽기(2)

↑↑ 이령 시인
ⓒ GBN 경북방송


이 작품에서 나무는 나무가 아닌 사람으로 읽힌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다. 솔직하다.
서슬 퍼런 80년대 시대상황을 날카로운 풍자로 맞선 그는 권력의 압제를 처절하게 해체했던 양심의 시인이었다.
이 때, 해체란 비판이 아니라 희망을 위한 몸부림이다.

누구나 오점은 있기 마련이다. 좌충우돌 행동하고 시대의 흐름에 골몰하다 자기 내부를 향해 반성의 잣대를 두며 진화해 가는 그러나 결국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목소리, 여기서 우리는 시의 유용성을 인식하게 되고 시인을 바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나목裸木=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나무)로 서서 온 혼을 다해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의 지상으로 밀고 가는, 막 밀고 올라가는......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라 한다.

이처럼 혹독한 자기검열의 고백이 황지우 시인의 시적 미덕이다<이령>.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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