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 저녁의 염전 /김경주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13일
저녁의 염전
김경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 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상갓집 밤불에 구름이 쇄골을 비친다
밀물이 번지는 염전을 보러 오는 눈들은
저녁에 하얗게 증발한다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펴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흰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닷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 되나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몇천 년을 물속에서 울렁이던 쓴 빛들을 본다
물의 내장들을 본다
이령 시인의 시 읽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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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퍼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흰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 되나 ...물의 내장을 본다.
어둠이 내려 앉은 염전, 노을 속으로 바닷물이 건너는 그곳에 서서 시인은 소금의 소리를 듣고 있다. 죽음과 소멸의 언어를 듣고 있다.
물의 내장과 생의 내장이 얼비치는 빛의 흔들림! 하얗게 증발하고 있었을 염전은 흩어져 있던 많은 기억들을 불러모아 하얗게 증발하는 허공 속 흰 눈같이 흩어지겠다.
시인은 표면적으로 생명의 시원이자 종말인 물의 내장을 말하고 있으나 독자는 시 속에 침윤된 생의 내장을 듣게 된다.
앙드레 지드가 "The color of truth is gray" -진실의 색깔은 회색이라고 말한 것처럼 회색의 물속 내장에서 생의 진실을 듣는 아침이다. |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 입력 : 2015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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