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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시인 -'멸치'
김기택 시인 -'멸치'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0년 07월 16일
멸치
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 물결 사이에 끼여 유유히 흘러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를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졌던 것이다 모래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약력> 1989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미당문학상』 등 수상 시집으로 『소』『태아의 잠』『사무원』등이 있음
<시 감상>
가히 묘사의 대가라 할 만하죠. 굳어지기 전 까지 멸치들은 바닷속에서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물결이었죠. 그런데 그물이 그만 물결 속에서 멸치를 떼어낸 것입니다. 피자에서 피자 한 조각을 떼어내듯. 굳어지기 전까지 멸치가 물결이었듯 굳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다 무었이었을까요? 사랑이었고 어린아이였고 희망이었고 꽃이었습니다. 그것들이 삶이라는 것 때문에 이별이 되고 어른이 되고 좌절이 되고 시들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물결이고 싶은데 ......(김영식 시인 - 강원일보 신춘문예, 현대시학)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0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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