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6 오후 10:36:1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세계문화탐방

정형진의 역사산책(34회)

고구려인은 왜 무덤 속에 소나무를 그렸을까?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11월 15일
ⓒ GBN 경북방송

♤오늘 주제는?
네 오늘은 고구려 무덤 속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특히 평양에서 가까운 진파리 1호분에는 아주 생동감이 있는 소나무 그림이 있다.

♤진파리 1호분에 대해서 설명하고 넘어갈까요?
1970년대 초반에 발굴된 이 고분은 평양시 역포구역 무진리에 있다. 6세기경에 만들어진 벽화고분으로 북벽에 그려진 소나무 그림은 현대 그림의 수법이 엿보여, 마치 현대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고구려의 다른 사신도 무덤과 달리 현무를 가운데 두고 좌우 대칭적인 자리에 각각 영험스런 소나무가 한 그루씩 서 있다.

ⓒ GBN 경북방송

♤그 소나무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왜 무덤에 소나무를 그렸을까요?
네 그 소나무에서 고구려인들의 생사관을 읽을 수 있어요. 고구려인들에게 소나무는 신목으로 우주수 혹은 세계수였다. 말하자면 단군신화의 신단수다.

♤다른 고구려 벽화고분에도 소나무 그림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진파리 고분보다 빠른 각저총(5세기-집안)씨름도의 신목(神木)도 소나무다. 장천 1호분에 그려진 신목도 소나무로 추정된다. 그리고 7세기 중반 퉁구 오회분 4호묘의 ‘농신과 수신’을 그린 장면에 나오는 나무도 소나무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진파리 고분 이전의 것은 추상적으로 표현된 반면, 6~7세기에 그려진 것은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듯이 최근에 그린 듯 생생하다. 특히 진파리 4호분에는 등장하는 소나무는 두세 그루씩 무리지어 벽면을 채워서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고구려인들의 신단수는 소나무였던 셈이네요?
네 신단수가 확실해요. 각저총 소나무 신단수 좌우에 곰과 호랑이가 그려져 있어요. 단군신화를 반영한 것이죠. 이 벽화로 인해 단군신화가 고구려에 전달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단군신화의 신단수와 곰을 그린 그림이 또 있다. 장천1호분(5세기-집안) 그림에는 큰 나무 둥치에 굴이 있고 그 안에 곰이 있다.

♤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신단수는 박달나무 아닌가요?
네 일반적으로 신목하면 느티나무과의 나무들을 생각해요. 그래서 환웅이 박달나무 아래(檀木下) 내려왔다고 표현했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다양한 신목이 있었던 셈이네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세계인에게 신목이 있었어요. 고대인들의 신목(神木)신앙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그리스인들은 꿀참나무를 신목으로 했고, 터키에 있었던 프리기아인들은 소나무를 신목으로 삼았다.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의 종교에서는 '이그드라실'이라는 거대한 물프레나무가 신목이었다. 또한 마야문명 세계의 중심에는 '신의 얼굴을 한 옥수수 나무'가 있었다. 이러한 신목은 지구의 중심축을 이루어 천상과 지하세계를 연결한다.
신목, 신단수는 우주수, 세계수라고도 하죠. 신목은 천상-지상-지하를 연결하는 神木으로 천신이 하강하거나 지상에서 임무를 마친 천신족이 상승하는 통로다.

♤그런데 진파리 1호분에는 소나무를 왜 현무를 그린 북벽에 배치했을 까요?
왜 그랬을까요? 사신도의 철학적 개념과 전통적인 신단수 개념이 결합했다고 볼 수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먼저 신단수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죽은 왕의 영혼이 신단수를 타고 하늘로 승천하기를 바랐던 거죠. 그러니까 신단수는 하늘로 통하는 사다리 역할을 했던 거예요.
때문에 진파리 1호문 북벽 현무 오른쪽 소나무에는 거세게 휘날리는 구름을 타고 한 마리 용이 승천(왕의 영혼)하고 있어요. 그 용은 바로 왕의 혼령인 거죠. 천전리 암각화의 용그림=왕의 영혼 / 박혁거세-사릉-구렁이
다음으로 사신도의 관념으로 보면, 북쪽은 ‘모든 생명이 태어나고 돌아가는 곳이죠’. 복희 팔괘도를 보면 북쪽에 숫자 1을 배당해요. 또한 북쪽은 12간지 중 자(子)를 배당하잖아요. 그곳이 생명이 시작되는 방위이기 때문이죠. 북극성(칠성)과도 연결돼요.

♤현무가 거북과 뱀으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왜 거북과 뱀으로 북쪽을 나타냈을까요?
현무에 표현된 거북은 여성성을 나타내고, 뱀을 남성성을 나타내요.(현무는 남근과 여근이 결합하고 있는 것을 표현한 셈이죠). 그들이 엉켜 있는 것은 생명의 잠재태가 잉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니까 북쪽은 생명의 고향인 셈이예요.

♤다시 소나무로 돌아가 볼까요. 왜 고구려인들은 박달나무계통(느티나무)의 신목을 사용하지 않고 소나무를 사용했을까요?
왜 그랬을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민족 초기공동체를 형성한 사람들이 여러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부여족과 맥족이 결합하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그러나 고구려의 왕족은 부여족이죠. 문화적으로 보았을 때 맥족은 웅녀족과 관련 있다. 그러니까 맥족의 신단수는 박달나무계통이어야 한다.
소나무를 신목으로 삼은 사람들은 부여족이다. 그들은 현재 터키지역에 있던 프리기아인들과 관련 있다. 프리기아의 신목은 소나무였다. 이들 부여족이 한민족사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단군신화는 국조신화로서의 힘을 잃는다(필자의 책,『고깔모자를 쓴 단군』참고).
단군신화는 고려시대에 들어와 몽골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 다시 부상한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부여계의 지배엘리트들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군신화와는 다른 천손신화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부여계가 우리 민족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그들이 신성시하던 소나무는 중요한 신목이 된다.

♤우리나라 당산 나무로는 박달나무계통과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겠네요?
네 간혹 다른 나무도 당산나무로 선택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소나무나 느티나무죠. 저희 시골 당산나무도 소나무다.
'한국문화상징사전'에 따르면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목(洞神木) 중에 소나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산에 있는 산신당의 신목은 거의 소나무라고 한다. 포항과 경주 주변 동해안 가에 있는 신목도 대부분 소나무다.
일본 왕실에서 금송(金松)을 신성시하는 것도 부여계와 관련 있다. 일본인들은 금송을 '고오야마키'라고 하는데, '고오야마키' 가지를 조상의 영전이나 제단에 봉헌하는 풍습이 있다. 백제 무령왕의 목관을 일본에서 수입한 금송으로 제작한 것도 부여계의 소나무 숭배와 무관하지 않다.

♤고구려인들이 소나무를 신성하게 여긴 배경을 정리해 볼까요?
'후한서' 고구려조에는 "고구려 사람들은 금은과 재물을 많이 들여 후하게 장사 지내고, 돌을 쌓아 봉분을 만들고,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구려인들이 무덤가에 소나무를 심었던 것은 고구려의 지배층인 부여계의 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그들은 무덤 속 벽화에도 소나무를 그렸다. 고구려 벽화고분을 연구하는 전호태는 '이 소나무는 고구려인들의 수목숭배 신앙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소나무는 부여(프리기아)인들의 재생신인 아티스의 나무였다. 고구려인들은 아티스의 화신(化身)인 왕자나 귀족들이 죽음을 넘어, 영생하는 아티스와 결합하여 다시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나무를 무덤의 북벽에 그렸던 것이다(신채호의 주장에 따르면, 고어에 '송(松)'을 '스'라고 했다고 한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11월 15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