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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36회)

신라금관에는 남녀 조상신에 대한 관념이 숨어있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12월 13일
오늘 주제는 어떤 것이죠?

오늘은 신라 금관에 표현된 상징성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금관에는 신라인의 생명관이 집약되어 있다. 생명의 씨앗인 곡옥, 생명의 나무인 신목, 신라인의 원 토템인 사슴, 생명을 계승하는 세대(代)의 수를 나타내는 출자형 나뭇가지 등이 금관에 표현되었다.

ⓒ GBN 경북방송

♤금관에 그런 의미가 숨어 있나요. 신라 금관에 보이는 독특한 상징들을 해석해 보는 것도 흥미있겠네요.
네, 신라인들은 유라시아의 샤머니즘을 한반도로 가져와 찬란한 금관으로 꽃피웠다. 아시다 시피 금관은 중앙아시아와 남러시아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여러 나라에서 금관을 만들었지만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완성된 곳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신라에서였다.
♤신라 금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형미를 갖춘 금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신라금관에 매달린 곡옥은 어떤 상징성을 갖는가?
곡옥하면 어떤 것이 생각나죠?.....예전에 독일에서 온 여자 분이 경주를 방문했는데, 천마총을 답사하면서 금관에 보이는 곡옥을 보고 곰 발톱을 형상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자신은 인류학을 공부했는데 자신을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곡옥의 비밀은 1980년대 이후 중국 요서 지역에서 발견된 홍산문화의 유물이 발견되면서 밝혀졌다. c자형으로 굽은 곡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 바로 홍산문화 지역이다. 기원전 3500~3000년경의 문화인 후기 홍상문화의 무덤에는 곡옥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은 옥 유물들이 다량 부장되었다. 그 곡옥들을 보면 곡옥이 c자형 동물 태아임을 알 수 있다. 그 곡옥들 중에는 뱀형과 곰형이 가장 많다. 홍산문화인들은 자신들의 토템동물의 태아 상태를 옥으로 만들어 무덤에 시신과 함께 부장했던 것이다.
홍산문화 유적에서 나온 곡옥은 분명 생명의 태아를 형상화 한 것이다. 후대의 태극문양에 나타나는 태극과 닮았다. 따라서 곡옥은 생명의 태아, 생명의 씨앗을 상징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후기홍산문화에서 시작된 곡옥 문화는 서남으로 전파되어 중국에도, 서로 전파되어 알타이 산록의 파지리크, 중앙아시아를 거쳐 그리스에도 나타난다. 동으로는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다.
♤그렇군요. 금관에 보이는 나무를 신목 혹은 세계수로 보지 않고 생명의 나무로 보시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비슷한 측면도 있지만, 신라금관의 나무를 세계수 혹은 우주수로 보지 않고 생명의 나무로 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것은 금령총 금관에 보이는 세 마리 새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라금관에 앉아 있는 새의 상징성을 해석할 때 『삼국지』한전의 ‘(진한 사람들은)큰 새의 깃으로 장사를 치르는데 그 의미는 죽은 자로 하여금 날아오르게 하고자 함이다’고 한 대목을 인용한다. 물론 진한인들이 큰 새의 깃으로 장사 지낸 데는 분명 그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관에 장식한 새 장식의 의미는 이러한 의미 이외에 좀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천산-알타이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생명관과 관련이 있다.
♤천산과 알타이산 주변의 생명관과 관련 있다구요?
네 신라 김씨왕족 조상들이 천산주변에서 이주해 왔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이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DNA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신라왕족의 부계는 스키타이와 모계는 스키타이 혹은 서흉노와 유전자가 가장 가깝다.
금관에 등장하는 새는 천산주변에서 발견되는 금관에도 나타난다. 신라금관의 조형(祖形)으로 간주되는 천산 북록의 이씩고분에서 출토된 사카족의 고깔모자에도 두 쌍의 새가 장식되어 있고, 틸리아-테페의 금관에는 무려 다섯 쌍의 새가 나무위에 앉아있다. 천산 너머의 금관에 등장하는 새가 모두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새는 생명의 씨앗을 생명의 나무에서 가져와 이 세상을 생명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새가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만 금관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요?
네, 천산 주변 사람들은 새가 사람의 영혼을 실어와 나뭇가지에 앉으며, 그 나무 아래에서 기도하는 여인의 품으로 들어간다고 믿었다. 김알지도 나무에 걸린 금궤에서 탄생하지 않았는가?
또 조로아스터교의 성전(聖典)인 ‘아베스타’ 송가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씨를 모은 ‘성수(聖樹)’에 대한 이야기와 이집트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생명의 어머니 나무’ 이야기에도 새가 등장한다.
아베스타에 나오는 성수, 즉 생명의 나무에는 새가 앉아 있는데, 나무에 앉아 있는 새는 그 가지를 벗기거나 떨어진 씨를 모아 하늘에 운반한다. 씨는 비와 함께 땅에 떨어져 새로운 식물이 되어 자라난다. 모든 생명의 씨앗이 모여 있는 이집트의 관(棺)에 그려진 생명의 나무, 인간의 몸을 한 새로 표현된 영혼이 생명의 나무로 표현된 모신으로부터 원기를 회복시키는 물을 받고 있다.
나무인 것이다. 그 새는 생명의 나무에서 사람의 영혼도 데려왔을 것이다.

ⓒ GBN 경북방송

♤이집트인들이 생각한 생명의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ba’라고 불리는 영혼 새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그 영혼새인 바ba는 하늘로 날아가 생명의 어머니 나무에서 나는 생명의 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금관에 앉아 있는 새는 죽은이의 영혼이 생명의 나무로 돌아가는 데 타고 갈 탈것이기도 하고, 그 영혼이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 올 때 타고 오는 새로도 볼 수 있다.
♤어쨌든 신라금관의 출자형 나무는 우주수 보다는 생명의 나무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죠?
맞아요. 신단수 혹은 우주수라면 새가 필요 없죠. 그 나무를 타고 하늘로 직접 오르면 되니까요. 출자형 나무관식을 생명의 나무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 GBN 경북방송


♤어떤 이유죠?
금관의 출자형 입식을 보면 출자형이 3단인 것과 4단인 것이 있어요. 김병모는 출자형 단이 다른 것은 그 왕이 특정 왕으로부터 몇 대를 계승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그러한 분석이 옳다는 것을 말해주는 암각화가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700km 쯤 가면 출루우트 강이 있는데, 그곳에 선사시대의 암각화가 있다(그림). 기원전 3,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암각화에서 우리는 신라금관을 만든 원형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소련 고고학자 노브고라도바는 암각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른쪽 맨 위의 그림을 보면 머리에 뿔 같은 것이 자라고 있다. 이 그림에서 다리 사이에 보이는 커다란 물체는 막 태어난 아이를 나타낸다. 머리에 자란 것은 사슴뿔이다. 이 뿔 달린 그림에는 씨족의 두 조상- 어머니․여조상과 아버지․사슴 -인 씨족의 장(長)에 대한 보편적인 이데아가 표현되었다.’
출루우트 암각화에서 우리는 신라금관의 조형 요소 중 두 가지, 즉 사슴뿔과 출자형 나무 장식의 의미를 이해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금관에 표현된 녹각형 장식, 즉 사슴뿔 장식은 부계 조상을 상징하며 여러 단으로 구성된 출(出)자형 장식은 모계 조상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루우트 암각화와 어머니 여신 나무를 고려하면)후대로 오면서 어머니 조상들을 단계적으로 표현한 도상이 어머니 여신 나무와 결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하고 보면, 신라금관의 출자형 장식이 금관에 따라 왜 3단 혹은 4단으로 구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김병모의 주장처럼 직계 조상(왕)으로부터 몇 대를 계승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금관에 표현된 녹각수지형, 그러니까 나뭇가지형사슴뿔은 조상을 나타내는 것이네요?
사슴뿔은 죽었다가 다시 소생하는 초목과 동일시되는 것으로 남성 신 혹은 남자 조상을 상징한다.
신라 김씨왕족의 조상이 사카족과 연결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데,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사카족의 토템은 사슴이다. 천산 주변의 사카족 무덤에서는 황금사슴이 많이 출토되는데 그것은 사슴이 그들의 토템이기 때문이란다. 청동거울 에도 사슴이 장식되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신라 김씨왕족도 사슴을 신성시 했다. 녹각수지형 외에도 신라의 왕과 귀족들은 ‘사슴 가죽으로 만든 삼각형 모자’인 피변(皮弁)을 썼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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