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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45회)

원화(源花)로 풀어본 화랑도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4월 18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의 주제는 어떤 것이죠?
네 오늘은 화랑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는 데요. 특히 화랑의 전신이었던 원화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해요. 원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라 정신을 이해하는 단서가 원화라는 개념 속에 담겨 있어요.

화랑을 이해하지 않고는 신라의 정신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랑제도에 신라인들의 고유한 정신세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화랑제도의 뿌리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오늘은 ‘원화(源花)’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의미를 통해서 화랑의 정신세계를 탐구해 보려고 한다.

화랑하면 초등학생도 다 아는데 어째서 그 정신을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까요?
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초기 신라인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우주생명관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최치원선생이 화랑도인 풍월도에 유교와 불교와 도교의 정신이 모두 포함되었다고 했어요(난랑비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랑도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은 초기신라인의 정체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우주생명관을 가진 사람들이 초기신라를 주도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세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이죠.

물론 문헌 자료가 많이 남아 있다면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화랑도를 이해할 문헌자료가 없어요. 최치원선생에 의하면 『선사』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것도 전하지 않고, 근래에 발견된 『화랑세기』라는 책이 있는데 이 또한 위서논쟁에 휘말려 있어요. 저도 약간 부정적인 입장에 있어요. 그 이유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첫째, 화랑의 사상적 기반에 대한 설명이 없고, 둘째, 천전리 암각화에는 여러 명의 화랑 이름이 있는데 화랑세기에는 그들의 이름이 하나도 없어요. 천전리 암각화가 발견되기 전에 화랑세기가 출판되었었다는 점을 교려할 필요가 있어요. 화랑세기가 위서고 천전이 암각화가 발견된 후에 발표되었다면 암각화에 새겨진 화랑이 등장했을지 모르죠.

그렇군요. 개괄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 주제인 원화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알다시피 화랑(花郞)에 선행하여 여성 ‘원화(源花)’가 존재했었다. 『삼국사기』는 ‘진흥왕 37(576)년 봄에 비로소 원화를 받들게 하였어요. 처음 두 원화(’처음에 군신이 인재를 알지 못함을 유감으로 여겨 사람들을 끼리끼리 모으고 무리지어 놀게 하여 그 행실을 보아 등용하려 하였다. 드디어 미녀 두 사람을 가렸는데, 하나는 南毛(남모)라 하고, 하나는 준정이라 하였다. 도중(徒衆) 300여 명을 모아 두 여자가 서로 어여쁨을 다투며 시기하여, 준정이 남모를 자기 집으로 유인하여 억지로 술을 권하여 취하게 한 후, 이를 끌어다가 강물에 던져 죽여 버렸다. 준정도 (이로 인해) 사형에 처하게 되니 도중은 화목을 잃어 해산되었다.‘)가 서로 시기하여 하나가 다른 쪽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나자 여성이 아닌 아름다운 남자를 뽑아 곱게 단장하여 이름을 화랑(花郞)이라 하여 받들게 했다’고 기록하고 있어요. 기록을 보면 분명 화랑 이전에 여성 원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GBN 경북방송
무속화-태양신이 꽃을 피모습

처음부터 화랑을 뽑지 않고 왜 여성인 원화를 뽑았을까요?
그렇지요. 왜 ‘원화源花라고 했을까라고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명칭에 화랑정신의 뿌리가 담겨있지나 않을까 해서이다. 원화란 ‘근원적인 꽃’이란 의미이다. 많은 학자들이 화랑은 우리 고유의 ‘무(巫)’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원화는 여자 제사장[무당]에 준하는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삼국사기』신라본기에는 제 2대 남해차차웅이 무당(통일신라시기 김대문 주장)이었음을 전하고 있으며, 그가 세운 박혁거세 묘의 제사를 누이동생인 아로가 주관한 것으로 보아 그녀도 무당이었을 것이다. 기록상으로만 보았을 때 ‘아로’가 바로 최초의 원화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바로 제정일치 시대의 제사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녀는 시조와 하늘에 제사를 지낼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박혁거세집단 제정일치 문화를 계승했다. 남해차차웅때 제사권과 정치권을 분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여성을 원화라고 했을까요?
원화는 바로 생명의 꽃을 의미한다. 꽃과 생명을 연관시키는 사고는 무속에 많이 남아있다. 우리 무속신화 속 저승에는 서천꽃밭이 있다. 그 꽃은 악한 자를 벌주기도 하지만, 죽은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지금도 무속에 관여하는 여자들은 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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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꽃에서 피어나는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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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연꽃은 생명과 자각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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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인도-시원적이며 궁극적인 것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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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오회분 4호묘 연화화생도

제주도의 무가(巫歌)「이공본풀이」를 보면, 주인공이 여기저기 버려진 머리와 몸뚱이와 무릎과 뼈를 모아 도환생꽃으로 어머니를 환생시킨다. 또 다른 제주도 무가인「세경본풀이」의 주인공 자청비도 서천꽃밭에서 환생꽃을 가져다가 사내들을 소생시킨다.

꽃에서 생명이 탄생한다는 생각은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표현되어있다. 바로 연화화생도(蓮花化生圖)이다(사진). 이러한 연화화생 관념은 이집트에서 발생해서 페르시아를 거쳐 인도로 들어갔다가 불교와 함께 동진하여 남북조를 거쳐 고구려·백제로 전파되었다.

연꽃은 일반적으로 재생과 불멸을 상징하지만, 가장 큰 의미는 ‘모든 존재가 태어나고 돌아가는’ 우주의 자궁을 상징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원화는 태모(胎母)신의 딸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고 신성한 꽃을 상징했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원화가 하늘에 제사를 지낼 권한을 가졌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다.

그렇다면 원화가 연꽃화생사상과 관련 있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연화화생 관념은 유입된 시기로 보아 신라의 원화와는 무관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초기신라의 원화 이미지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여성과 꽃을 연결시키는 사고는 신석기와 청동기시대의 한반도인들의 마음속에도 이미 있었다.
함경북도 웅기군 굴포리에서 뼈로 사람 모양을 조각한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 여인의 배 부분에 꽃을 표현한 것을 알 수 있다. 꽃을 표현한 암각화도 있다.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암각화나 석장동 암각화가 그것이다(사진). 사진에서 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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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 서포항

암각화에는 꽃이 여러 개 새겨져 있다. 생명의 꽃을 그린 것이다. 생명을 낳고 죽은 자를 재생시키는 생명의 꽃이 생명수가 흐르는 강가 절벽에 그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서포항 유물의 원형 구멍[꽃]은 여성을 상징하는 문양으로(김용간, 서국대, 황기덕) 해석한다. 경주 석장동의 원형다공(꽃모양)문양도 생식력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기하문 암각화로 볼 수 있다.

바로 이 꽃이 ‘원화(源花)’가 아닐까? 원화는 바로 생명의 근원적인 어머니인 태모신을 상징했고, 그 어머니의 대리자였을 것이다. 즉 원화는 모든 낭도들의 누이이자 어머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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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전리 암각화의 꽃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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