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6 오후 04:26:2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못의 항변` / 최휘웅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17일
못의 항변

최휘웅


못을 박을 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든다.
간헐적인 울림이 위태롭게 날 받치고 있다

삶의 의미는 못으로 오금을 박아야 확인이 될 수 있다

못을 박을 때마다 피 흘리는 눈물을 본다.

한쪽 벽면에 아찔하게 꼽혀 있는 못의 기교는 녹 쓴 아픔의 또 다른 이름이다.
벽의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잔인함이 묻어난다.

우리는 열심히 못을 친다.
나무에, 시멘트에, 간혹 허공에도 못을 친다.

망치로 두들겨 맞은 못이 복수하듯 벽을 뚫고, 가슴을 뚫고, 세상을 뚫고 갈 때마다 우리의 삶이 너절하게 꿰매지고, 구멍이 나고, 엉킨 분노를 목 밑으로 밀어 넣는다.

못은 그저 못일 뿐인데 너의 손에 쥐어지면 나의 가슴에 구멍이 난다. 그 구멍을 막고 있는 못은 내 죄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불가항력에 갇힌 피조물의 항변

너도 나도 내 죄가 아니라고 고개를 들지만 날이 새면 우리는 못 자국을 품고 누군가의 가슴에 또 못을 치기 위하여 지하철을 탄다.



▶현대의 삶은 욕망충족을 위하여 경쟁하고 투쟁한다. 상대를 속이고 압박하기도 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하여 수없이 못을 박는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현대인들은 모든 책임을 피조물인 못에게 돌리며 아픔을 틀어막고 있지만 상처뿐인 못 자국을 안고, 못 치는 행위를 멈출 수 없는 자기모순에 빠져있다. 이런 생각이 이 시를 쓰게 된 동력이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82년 월간 『현대시학』으로 등단
   계간 『시와사상』 편집인. 계간 『부산시인』 주간
   시집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 『카인의 의심』 등 7권
   평론집 『억압. 꿈. 해방, 자유, 상상력.』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17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최휘웅 현대시학 시와사상 부산시인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