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복수초` / 송정우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24일
복수초
송정우
겨울 한가운데로 떠났던 나그네처럼 눈 덮인 들녘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너무 젊은 날 끈을 놓으려했던 유리 같은 옆집 누나는 다음 날부터 세상을 향해 절뚝거렸다 병상의 맨살을 보고만 소년의 뒤안 슬픈 꿈 가시넝쿨로 뻗어나갈 때 푸른 싹 밀어 올리며 손을 잡던 꽃 흔들리는 지팡이 굳게 짚어 어둠의 날을 인내한 둥지 속에서 노란 병아리는 해마다 부화하였다
오늘도, 시린 눈 속에서 눈 시린 꽃이 피어나고 있다
▶산 너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올 때 눈 덮인 벌판에서는 흰껍질을 깨고 나오는 노란병아리 같은 복수초가 피어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무채색 우울한 땅에 선명히 박히는 노란 점 하나가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오래 전 세상과 자신을 비관하고 눈 덮인 들판의 장막 저편으로 사라지려고 한 사람을 너무 어렸던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 절뚝거리는 삶이 그이만의 것이 아님을 알고 함께 공감하며 연민과 응원을 나누면서 나 역시 성장해 갔다. 해마다 피어나는 복수초는 나의 슬픔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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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2년 「문학도시」로 등단하고, 시집, 「희망을 다림질하다」와 전기 「청보리 언덕에 핀 데이지」를 발간하고 전국꽃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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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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