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리코딩recording` / 한창옥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17일
리코딩recording
한창옥
무중력의 하얀 털신은 희고 흰 밤 긴 춤을 추었다
무시로 쑤군거리는 무적의 하얀 용사들
귀를 부비며 눈 더미에 뒹굴었던 그해 겨울 지독한 환희는 누가 잡아당기듯 차가운 손을 불며 사라졌다 아직도 꽁꽁 언 손은 흰 눈 품에서 춤을 추지만
털신 속으로 숨어버린 몸은 미동 없는 매듭이 된다
차가운 감촉을 남긴 겨울은 가고 사방을 들러봐도 하얀 밤을 외치던 불후의 노래는 추적… 추적 골 깊이 쌓여만 갔다
담장에는 찔레꽃이 흥건했지만 겨울은 다시 왔다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물컹한 어둠이 아무 대상도 없이 곤두박질을 반복하는데 무중력의 차가운 호흡만이 절룩거리고 있다
▶하얀 털신 속에 숨겨져 있던, 기억의 에너지는 열정과 낭만으로 채색된다. 수십 겹의 겨울을 맞이하고 보내는 이분법적 세계에서 희고 흰 밤 긴 춤을 추던 미완의 회오리바람처럼 하얀 밤을 외치던 불후의 노래는 숙연하고 장엄한 순간이 되기도 한다. 돌이켜 사유하며 만감에 젖는다. 소복하게 부풀어 만질 수 없는 기억으로 왔다가 되돌아가는 감수성은 사라지지 않는 연민이 되어 미동 없이 아릿하게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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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0년 시집 「다시 신발 속으로」로 등단
<한유성 문학상> 제정
포엠포엠 대표
시집 「빗금이 풀어지고 있다」 「내 안의 표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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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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