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내 연애` / 이학성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5월 07일
내 연애
이학성
내가 바라는 연애는 한시라도 빨리 늙는 것
그래서 은발이 되어 그루터기에 앉아
먼 강물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
될 수 있다면 죽어서도 살아
실컷 떠돌이 구름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성냥을 칙 그어 시거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라면 어딘가로 멀리 달아나
생의 꽃술에 입맞춤하는 은나비처럼
한시절도 그립거나 후회 않노라 고백하는 것
그리하여 누구나의 애인이 되거나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그리는 못 되어서 오래도록 잊혀가는 것!
▶성자가 못 됐어도 깡패처럼 살진 않았다. 아무와도 무리 짓지 말자 새겼으니 고원의 재칼처럼 홀로 떠돌며 소멸을 꿈꾸었으리라. 스무 살 적 갈망이 백발이라니, 얼마나 세상을 흠씬 두들겨 패 주고 싶었던 것이랴. 한때의 치열함이 어디선가 격한 주먹을 날린 것도 같은데, 혹 내게 얻어터진 이가 있는가. 그랬다면 그가 성자이리라. 용서를 받아주는 대로 곧 노을 속으로 떠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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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0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여우를 살리기 위해』 『고요를 잃을 수 없어』 『늙은 낙타의 일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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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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