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5-01 오후 08:02:0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안상학 시인"아배 생각"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6월 03일
↑↑ 안상학 시인
ⓒ GBN 경북방송






















아배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부모 팔아 친구 산다는 말이 있듯이 젊은 날은 할 일도 많고 핑계도 많아 집에 있는 날보다 밖에 있는 날이 더 많으니 집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집이다. 아들 얼굴보기가 하늘에 별보기보다 더 어렵다고 자식 그리는 아배의 무한한 사랑이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뚝뚝한 우수개소리 속에 물큰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화룡점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아배가 오히려 오래 전에 집 나가서 감감 무소식이라고 아배의 빈자리에서 무한한 그리움이 농담과 해학으로 버무려져 있어 남이 귀하고 잘나고 배부르다고 자랑하는 거 보다는 가난 속의 풍요로움이나 외로움에서 우러나는 정에 감동하고 훈훈해지는 오묘함이 이 시의 매력인가 싶다.


작가 약력

안상학 시인
안동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평전 <권종대-통일걷이를 꿈꾼 농투성이>.
현재 권정생문학관 사무국장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6월 03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해설이있는 향가콘서트개최!(고 사가 이임수교수의 발자취를 찾아)..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계단의 경로` / 박용진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아몬드 푸른 꽃그늘 아래 서승석아몬드꽃 하얗게 물드는 3월 말애연하고 ..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