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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인"아배 생각"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6월 03일
| | | ↑↑ 안상학 시인 | ⓒ GBN 경북방송 |
아배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부모 팔아 친구 산다는 말이 있듯이 젊은 날은 할 일도 많고 핑계도 많아 집에 있는 날보다 밖에 있는 날이 더 많으니 집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집이다. 아들 얼굴보기가 하늘에 별보기보다 더 어렵다고 자식 그리는 아배의 무한한 사랑이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뚝뚝한 우수개소리 속에 물큰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화룡점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아배가 오히려 오래 전에 집 나가서 감감 무소식이라고 아배의 빈자리에서 무한한 그리움이 농담과 해학으로 버무려져 있어 남이 귀하고 잘나고 배부르다고 자랑하는 거 보다는 가난 속의 풍요로움이나 외로움에서 우러나는 정에 감동하고 훈훈해지는 오묘함이 이 시의 매력인가 싶다.
작가 약력
안상학 시인 안동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평전 <권종대-통일걷이를 꿈꾼 농투성이>. 현재 권정생문학관 사무국장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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