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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통증에 대한 낭만적 이해` / 강은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6일
통증에 대한 낭만적 이해
강은진
통증을 견딜 때 입술은 있는 힘을 다해 빛난다 얼어붙은 폐광의 반짝임이 그렇듯
그때 가장 아름답고 싶어 거울을 들고 예정된 통증을 기다리는 동안 눈을 감고 오직 호흡에만 몰입하며 이 고통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 보다가 문득 아빠가 생각났다
아픈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아빠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곤 했지만 난 이를 악무는 사람이었으니까 음지 덩굴처럼 가늘고 질기게 자랐다
슬픔이란 급성담도산통이나 근막동통증후군처럼 감정 없는 정직한 이름으로 와서 장마철 비닐 장판처럼 맨몸에 쩍쩍 달라붙는 것
어떤 의사들은 통증에 몰핀보다 판타지가 더 낫다고 믿는다 혈관을 타고 떠도는 하얀 고래의 웃음이 내 심장으로부터 몸의 가장 먼 끝까지
내게 없는 내장의 구조를 상상하는 일과 죽은 자의 말버릇을 흉내 내는 일 사이에 어떤 결기가 놓인다
견디는 것이 아니다 통과하는 것이다
▶겨울을 나려면 마치 어떤 통과의례를 치르듯 한 번씩 크게 앓곤 했다. 어김 없이 또 겨울은 오고 이젠 언제쯤 아프게 될지 대략 가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가끔은 통증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도 든다. 온 몸의 감각이 뾰족해지는 느낌이랄까.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을 만나 보면 그 섬세한 감정의 결에 놀랄 때가 많다. 앓고 난 사람의 눈빛에는 심해의 깊이과 우주의 고요같은 것들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다. 아픈 우리는 그래서 더욱 깊어질 것이다. 견디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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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달콤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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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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