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조성순
여름에도 눈이 내렸다.
그믐이면 은핫물이 기울어
그런 밤이면 사람들은 무명 홑이불을 들고 모래 갱변으로 나가서 물을 맞았다.
아무개집 딸 혼사가 다가오는데 누구는 감주를 빚고, 누구는 배추전을 부치고 물 건너 뉘 집 아들 코로나백신을 개발하여 온 세상이 마스크 감옥 벗어나게 되었다고 개성공단이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며 금강산 만물상을 다녀온 텃골 김 씨는 이젠 죽어도 원이 없다고
홑이불엔 은핫물이 넘실거리고 모래사장엔 사람살이 이야기가 달맞이꽃으로 피었다.
물길 막은 영주댐 허물고 길을 여니 자갈로 굳었던 땅에 검푸른 수초들 사라지고 모래가 다시 흘러
왕버들 늘비한 물 섶에는 버들치 모래무지 은어 떼 소곤거리고 장어가 먼바다 이야기를 데리고 오셨다.
뚝방 위 금줄 두른 둥구나무 사람들 소망을 품었다가 물고기도 새도 잠든 깊은 밤 은핫물에 띄워 올리고
그곳에는 여름에도 눈이 내린다.
한낮 땡볕에도 녹지 않고 모래밭에서 하얗게 빛난다.
▶내성천 ‘시느리’는 어릴 때 소풍 가던 곳이다. 내성천은 모래를 안고 흐르는 강이다. 강변에 외가가 있어 많이 가서 놀았다. 여름밤 사람들은 홑이불을 들고 모래밭에 가서 더위를 피했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집안 대소사 등을 의논하셨다. 코로나로 답답한 시절 어린 시절의 기억에 소망을 버무려 보았다.
|
|
|
ⓒ GBN 경북방송 |
|
▶약력
2004년 《녹색평론》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목침』 『가자미식해를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나는 걸었다』 『왼손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