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2 -호카 곶
사윤수
와보지 않아도 될 줄 알면서 왔습니다 바다와 등대뿐인 줄 알면서도 와보고 싶었습니다
시든 자국을 보니 지나간 오월엔 노란 칼잎막사국꽃이 이곳을 뒤덮었겠군요 꿈만 같았겠군요
끝까지 가본다는 것
끝에서는 돌아가지 않거나 되돌아가는 길 뿐이겠지요 그럴 줄 알면서도 끝까지 가보고 싶었지요
이곳 기념품 가게에는 팔지 않는 끝이라는 말
당신처럼 참, 칼 같고 끝스럽고 깨끗 합니다
*호카 곶 - 포르투갈에 있는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 곶
▶“영원하지 않은 것이 아름답다”는 로버타 진 버라이언트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영원하지 않은 것이라면 아름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확대 해석도 가능하겠다. 시 속의 화자는 끝까지 가는 바람에 슬픔의 칼날에 베여 떨어졌지만 그랬기에 아름다운 시를 주우려 애써봤던 것. 2019년, 충만했던 포르투갈행이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의 끝이 되려나 싶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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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1년 《현대시학》 신인상 2009년 아르코,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파온』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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