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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희 시인"물렁한 집"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8월 18일
변영희 시인 "물렁한 집"
↑↑ 변영희 시인
ⓒ GBN 경북방송





















물렁한 집



변영희



질긴,

실에 꿰인 자석이 동전을 낚아 올린다

화장터 앞을 흐르는 강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다

타다만 장작, 꽃, 옷, 동전, 사금,

싱싱한 비늘을 갖지 못한 소년들까지

앞 다투어 물살의 길을 바꾼다

습한 눈빛의 소년이 면도날을 들고

눈이 큰 여동생의 머리카락 사이

길을 찾고 있는 머릿니를 밀어낸다

아이를 안고 강으로 내려선 소년

여동생의 머리에 물세례를 퍼부어

금세 미끈한 달을 띄운다

죽은 자를 위하여 차려진 음식과 제물은

새와 원숭이가 먹고 사라진 후에야

소년의 음식과 재물이 된다



많이 벌었어요? 물음에

조금, 이라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소년

집은요 돌아갈 곳이잖아요

나의 집은 화장터에요

나에게 집이 없다고 말하진 마세요

달이 갸웃갸웃 춤추고 있는

죽음과 삶이 섞여 축제가 열리는



당신



강물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나요?






변영희 시인

전남 장성 출생.

2010년 <시에> 등단





시 감상

이 시는 갠지스 강가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훨씬 쉬웠다. 화장을 하다만 시체를 떠내려 보낸 물에 기꺼이 목욕을 하는 흰두교도들의 성스러운 강 갠지스에서 돌아갈 곳이 없는 오누이가 그 강가에서 생활한다. 소년은 여동생을 위해 머리에 물세례를 퍼부어 씻어준다. 어린 누이는 금새 달덩이 간은 얼굴이 된다. 죽은 자를 위해 차려진 음식도 새와 원숭이가 먹고 난 후에야 먹을 수 있지만 성스러운 강 갠지스강을 집으로 가진 오누이는 죽음과 삶의 축제가 열리는 강가의 생활을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물이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고 묻는 여유가 있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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