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
최지온
이미 먼 곳에서 뛰어 온 것 같다 그러면서 또 먼 곳으로 돈다
아이들이 가쁘게 숨을 쉰다
내가 앉은 의자는 삐걱거리고 땅을 짚고 다시 일어설 때 숨을 고르는 것처럼
아이들이 욕설을 한다 아이들은 들떠 있다
홀로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움직이는 사람과 움직이지 않는 사람
운동장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만이 있다
서로를 묶어놓은 듯 욕설들이 길어진다 버릴 것을 버리기 위한 숨소리 같다
폐타이어 하나로 세 개의 신발 밑창을 만들 수 있대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고
어딘지 모르게 운동장이 들뜨는 것 같아서 무릎을 접고 의자에 앉는다 기울어진 의자가 더 기울어진다
아이들이 눈앞에서 기차놀이를 한다 느리게 굴러가는 기차를 또 다른 아이들이 밀고 간다
손끝만 스쳐도 잘 굴러간다
기차 안에는 의자가 있고 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
▶너무 많은 물건들이 만들어지고 너무 빨리 버려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별다르지 않습니다. 폐타이어처럼 재생되는 삶이었으면 합니다. 나이와 학력과 출신과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가꿀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버려지는 사람들이 없기를, 먼 곳에서 뛰어와 또 먼 곳으로 뛰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욕 나오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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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9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양은 매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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