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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응달의 여인` / 김종태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2월 13일
응달의 여인


김종태




  여인이 선 자리에 메타세쿼이아 푸른 그늘이 근심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 속에서 더욱 하얗게 물든 여인의 손등이 곱디곱다 봉숭아 붉은 손톱 아래로 낮달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종아리 쪽이 헐렁한 스키니 진과 보랏빛 플랫슈즈를 신은 여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왜일까 짧게 커트한 머리카락의 새치가 가을바람에 반짝이는 여인의 고향은 어디일까 왼쪽 어깨 끈이 늘어난 빛바랜 노란색 배낭에 늦은 오후의 바람은 뜻 모를 이야기로 두런거린다

  햇빛이 놀다간 응달의 지도는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발아래 땅그림자의 가장자리가 밀려나갈 듯 밀려올 듯, 어쩌면 여인의 얼굴은 서 있는 그 자세로 황혼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저녁 나무의 그림자가 다가와 입술의 핏기를 훔쳐갈는지도 모른다

  버스가 두어 번 상향등을 누르며 갓길을 밟아온다 나는 푸른색 번호의 버스를 타야 하고 여인은 검정색 번호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엔진 소리가 철새들 울음처럼 재잘거린다

  만나는 시간과 떠나는 시간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진 황혼의 문틈으로 두어 번 미소를 나눴을지도 모를 여인이여 어젯밤 꿈속의 꿈에서 코끝을 간질였던 향기의 주인공이여 아니 아니 후생의 모성이여

이제 다시 언제 만날지 모를 전생의 인연이여




우리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있다. 만남과 이별은 아름답고도 슬픈 일이다. 뜻하지 않게 인연이 다가오기도 하고 인연이 사라지기도 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하였던가. 순간의 인연이라도 한없이 그리워라.



ⓒ GBN 경북방송




▶약력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청마문학 연구상, 시와표현 작품상, 문학의식 작품상, 문학청춘 작품상, 모던포엠 문학상 수상. 
   현재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교수.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 『오각의 방』 
   일본어 시집 『복화술사』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4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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