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 물불/이영광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5년 12월 04일
물불
이영광
1억5천만km를 날아온 불도 엄연한 불인데 햇빛은 강물에 닿아도 꺼지질 않네 물의 속살에 젖자 활활 더 잘 타네 물이 키운 듯 불이 키운 듯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나는 불인 듯 물인 듯도 한 한 사랑을 침울히 생각하는데 그 사랑을 다음 생까지 운구할 길 찾고 있는데 빨간 알몸을 내놓고 아이들은 한나절 물속에서 마음껏 불타네 누구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저렇게 미치는 것이 옳겠지 저 물결 다 놓아 보내주고도 여전한 수량 태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 몸이라면 애써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저 찬란 아득히 흘러가서도 한사코 찬란이라면 빠져 죽는 타서 죽는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이령 시인의 시 읽기(8) | | | ⓒ GBN 경북방송 | |
'불광불급' 이라고 했던가? 미치지 못하면 닿을 수 없는 생이 부지기수다. 빛의 착란을 보며 시인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햇빛의 물속 투신과 마주하고 있다. 빛이 어리는 물비늘 강에서 아이들은 한나절 마음껏 불타고 있고 시인은 물과 햇빛과 바람이 키운 고독에 젖은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결론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옳다 태우고 적시면서도 뜯어말릴 수 없는 한 몸이라면 애써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빠져 죽는 타서 죽는 물불을 가려 무엇하랴 누구도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전한다. 물에 닿은 햇살의 일렁임을 바라보며 물불의 한 사랑을 다음 생까지 운구할 길을 찾는 시적자아의 투시가 집요하다, 아! 사랑은 모름지기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아니 가릴 수 없는 착란이 아닌가! |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 입력 : 2015년 1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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