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I
양해연
I는 기다리고 있다 어제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창가의 수국은 마른꽃이 되었다 묻지 않았다 기다리는 I에 대하여 I는 묻기도 전 올 테니, 제발 믿어달라고 했다 오지 않을 걸 알지만,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기로 한다 네가 아파할까 봐
I에게 I는 다섯 살 생일에 받은 로봇 장난감이라서 크리스마스이브의 첫 고백이라서 때때로 I는 울리지 않은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무심한 사람들이 무심하게 보내온 문자를 오래 들여다본다 오지 않는 I가 보내온 암호를 해독하려는 듯
I는 알고 있는지 모른다 기다리는 I는 올 수 없는 I라는 것을 내 동공에 차오르는 바다, 갈매기 울음소릴 듣던 날 알아버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처럼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는지 모른다 내가 아플까 봐 말이다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면 할수록 기다림의 결과는 실망으로 돌아오기 쉽다. 그렇다 해도 기다림은 삶의 희망이거나 이유가 된다. 기다리는 사람, 기다리는 날짜, 기다리는 소식 등 기다림의 대상이 있기에 심장이 뛰는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면 기다림도 마찬가지다. 그대, 지금 기다리는 무엇이 있거든 미친 듯 피어나는 봄꽃의 난장을 오래 바라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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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 계간 《예술가》 등단 시집 『종의 선택』 『달팽이 향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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