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숨바꼭질` / 이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16일
숨바꼭질
이 현
유월을 쫓느라 어지러워요 라면국물은 아직 마루에서 뜨거운데 녹색 철대문이 툭, 뱉어낸 우체부는 왜 모르는 바다를 들이밀까요 늦기 전에 담벼락 익힌 앵둘 따야 하는데 머리카락 꼭꼭, 마당에 핀 풀을 으깨야 하는데 벼린 날들은 딱딱한 방바닥을 술병으로 굴러다니고 목을 죄는 아우성은 옷가지에 걸쳐 덤벼들어요 바닥을 쓸어 모은 골목에서 사라진 아내와 아이가 백열등으로 골똘해요 귀도 눈도 멀게 만들죠 두렁박 숨비소리로 뭍을 드나들다 말까지 빠뜨린 반버부리* 소리를 운구한 바다 위로 세상은 무덤만 한 파도를 자꾸 몰아오지만 뭐, 끄떡없어요 모르는 바다니까요 엎어버리면 그만이죠 취하면 웃자라는 인생이라 신은 어제와 내일을 또, 저울질할 거예요 차도 안탔는데 자꾸 어지러워요
* 반벙어리’의 경상도 전라도 방언
▶이젠 늙어버린 녹색 철대문을 요즘도 가끔 드나든다. 보라색 가지와 앵두가 총총했던 유년의 한낮. 각종 배지를 달고 마루 벽에 걸려있던 챙모자. 잠을 깨면 온몸은 늘 땀에 젖어 있고 답안지를 움켜쥐었던 손은 잘 펴지지 않았다. 나는 늘 술래였고 어떤 것도 찾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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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 서정시학 신인상
서정시학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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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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