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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안녕, 파프리카` / 현이령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6월 15일
안녕, 파프리카

현이령


꿈속으로 무단 침입한 파프리카가 있습니다

냉장고를 열고 나와
꿈속까지 쳐들어온 노란 파프리카는
꿈의 어깨를 흔들며
꿈을 꾸지 않는 방법에 대해 묻습니다

바구니 가득 웅크린 파프리카 위에
노랑나비가 내려앉자
울음이 들어찬 파프리카는 눈물 밖에서 터지고

바짝 마른 고추가 지천으로 널린 오후
파프리카를 손에 꼭 쥐고 요양원으로 간 할머니
나는 약 상자 서랍마다 파프리카를 넣어두었습니다
눈빛이 가닿은 자리마다 날아다니는 노랑나비

날지 못하는 파프리카는 쓸쓸히 말라가고
노랑나비가 싱싱한 날개를 접었을 때
파프리카를 끌어안고
파프리카의 나라로 날아간 할머니

오늘은 꿈 대신 파프리카를 먹습니다
단맛과 매운맛의 어디쯤에서
노랑나비 한 마리 출렁이며 날아오릅니다
꿈 밖으로 이탈한 노랑나비를 숨기려
숲속의 어둠이 훌쩍 깊어집니다




▶개나리가 만발하고 살구꽃이 흐드러지던 봄에 나비처럼 날아간 할머니. 나는 자주 할머니 꿈을 꾸었다.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묻는 일이 잦았고, 꿈을 꾸지 않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오늘은 무심히 파프리카를 먹다가 노랑나비를 본다. 훨훨 날아가는 당신이 어룽거리는 밤. 파프리카가 맵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1년 《전남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옷문학회 동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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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노랑나비 어룽거리는밤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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