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신미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가 오랜만에 잠깐 눈을 뜨셨다
식구들이 다 모여 있는 것을 보시고 희미하게 웃으신다
환한 대낮이었다
갑자기 손을 들어 허공을 더듬으시며 들릴 듯 말 듯 숨소리로 말씀하신다
어여, 불 꺼 전기세 많이 나와
▶우리 어머니는 특히 알뜰하셔서 물 한 방울 쌀 한 톨도 아끼셨다. 그러니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는 좀 컴컴하더라도 촉수가 아주 낮은 전등을 켜거나 불을 끄고 생활했었다. 요즘은 그렇게까지 아끼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말이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심지어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자식들 걱정 하시던 어머님의 습관이 눈물겹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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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6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2018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2021년 강동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맨홀과 토마토케첩』 『웃는 나무』 『웃기는 짬뽕』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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